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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 있다가 갑자기 눈앞에서 땅이 쑥 꺼지게 된다면 어떨까요? 멀쩡한 땅이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지는 것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 법한데요, 현실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땅 표면이 영화처럼 내려앉는 싱크홀 현상은 최근 뉴스나 기사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싱크홀이 생겼는데요, 땅이 갑자기 꺼지는 일이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말 지역에서는 깊이 50m에 달하는 거대한 싱크홀이 발견되었습니다. 러시아 방송사, 베스티 야말에서 올해 7월 헬리콥터를 통해 상공에서 촬영을 하는 중 이 거대한 싱크홀을 우연히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이 싱크홀은 보통의 싱크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는데요, 이 크기 때문에 발생한 원인 규명 대해 귀추가 주목되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싱크홀이 발견된 일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죠. 과학자들은 거대한 싱크홀이 생성된 이유를 영구동토층 때문이라고 짚어냈습니다. 영구동토층과 싱크홀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땅 꺼짐 현상 ‘싱크홀’
▲ 사진 1. 러시아 야말에서 발견된 싱크홀. ⓒ 베스티 야말(Вести Ямал)
땅 꺼짐 현상이라고도 부르는 싱크홀(Sinkhole)은 땅 표면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내려앉아 구멍이 나거나 커다란 웅덩이가 생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즉, 말 그대로 땅이 꺼져버리는 현상입니다. 그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싱크홀은 도시 지역뿐만 아니라 평지나 농지, 산악지역에서도 발생합니다. 발생하는 지역과 토양 성질이 다양한 것입니다.
자연에서 이 싱크홀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대부분 석회암과 같이 물에 녹기 쉬운 암석 지형을 꼽습니다. 석회암 지대에서 석회가 물에 녹으면 그 위치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반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 사진 2. 석회암 동굴. ⓒ 위키미디어
이렇게 석회암과 같이 물에 녹기 쉬운 암석들로 이루어진 지대가 물에 의해 용식 되면 특수한 형태의 지형이 형성되는데요, 이를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석회암 동굴을 들 수 있습니다. 석회암 지대를 물이 침식하면서 기다란 동굴을 형성하고 이 동굴을 석회암 동굴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 사진 3. 호라미아 산의 돌리네. ⓒ 위키미디어
물에 약한 석회암 지대에 물이 침투하면 지대가 녹으면서 동굴을 이루기도 하지만, 동굴 천장이 약하다면 땅 표면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렇게 표면층이 붕괴하며 땅이 꺼져 싱크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카르스트 지형에서는 ‘돌리네’라고 부릅니다.
꼭 석회암이 녹아야만 싱크홀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약한 지질의 지반 흙이 지하수에 쓸려가서 빈 공간이 생기며 지반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건물들이 올라서 있는 도시의 지반은 단단하기 때문에 물에 쉽게 쓸려나가거나 녹아내리지 않는데도 최근 도시의 싱크홀이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싱크홀들은 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요?
도시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도시에는 높은 건축물이 대량으로 형성되면서 지표면에 엄청난 무게가 가해지는 상태가 되는데요. 이 상태에서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거나, 차수벽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지하수가 빠져나가 비어버린 공간으로 지반이 무너지게 됩니다. 게다가 유입된 지하수가 건물과 같은 시설물로 막혀서 표면으로 나오지 못하다 보니 땅이 액체처럼 변하는 ‘토양 액상화 현상’이 발생해 지반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 사진 4. 하수관에 의해 생긴 싱크홀. ⓒ 위키미디어
여러 이유가 존재하지만 도시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의 대부분은 지하에 매설된 배수, 배관, 하수관 시설 등의 노후나 파손에 따른 누수로 인해 발생합니다. 상하 수도관에 생긴 구멍에 의해 다량의 상하수가 흙을 쓸어가고 그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이 싱크홀을 만들는 것이죠. 상하수가 흙을 쓸어가지 않더라도 액상화 현상이 발생하여 지반이 내려앉아 싱크홀이 생기기도 합니다.
영구동토층으로 인한 싱크홀
▲ 사진 5. 캐나다 허셀 섬의 영구동토층. ⓒ 위키미디어
하지만 싱크홀의 새로운 원인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영구동토층입니다. 영구동토층은 2년 이상 토양 온도가 물의 어는점인 0° C 이하로 유지된 토양을 말합니다. 지표가 오랜 기간 동안 냉각될 수 있는, 겨울이 길면서 강설량은 적은 지역이 해당됩니다.
▲ 사진 6. 북반구에서의 영구동토층과 얼음의 분포. ⓒ 네이버 지식백과
그러한 조건 때문에 대부분의 영구동토는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높은 고도에 형성되는 고산 지역에도 영구동토층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영구동토층은 지구의 수분 중 0.022%를 차지하며, 북반구에 노출된 토양의 24%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영구동토층은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얼어있는데요, 영구 동토층 윗부분에는 계절에 따라 얼고 녹는 활성층이 있습니다. 이 활성층에는 식생이 존재하고 영구동토대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 사진 7.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쓰러지는 나무들. ⓒ 위키미디어
그런데 이러한 영구동토층이 녹게 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극지방의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영구동토층은 오랫동안 얼어있으면서 단단한 땅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데요.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활성층에서 서식하던 나무들이 쓰러지고 건물이 붕괴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위험한 문제가 있습니다. 영구동토층에는 동식물의 사체 등 다양한 유기물들이 있는데요, 차가운 흙 속에 냉동상태를 유지하던 요소들이 바깥공기를 마주하며 부패하면 커다란 문제가 시작됩니다.
미라처럼 보존되어 있던 사체들은 따뜻한 온도에 썩게 되면서 메탄이 대량으로 생산합니다. 이 기체가 땅에 축적되면 부푸는 빵처럼 지표면이 부풀어 오릅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결국 기압을 버티지 못한 땅이 무너지며 싱크홀 형태의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이죠.
▲ 사진 8. 캐나다 투크토야크툭의 핑고. ⓒ 위키미디어
기존에도 이렇게 영구동토층이 솟아오르고 꺼지게 되는 일이 발생하기는 합니다. 보통 영구동토층에서 원추형의 솟아오른 언덕을 지질학적 용어로 ‘핑고(Pingo)’라고 부릅니다. 에스키모어로 ‘작은 산’이라는 뜻입니다. 핑고는 영구동토층 안의 물이나 지하수가 얼게 될 때 렌즈 모양 얼음의 크기가 팽창하여 언덕의 형태를 띠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얼음이 녹게 되면 부피가 줄면서 지표면이 가라앉게 되는데요. 이런 현상은 ‘하이드로라콜리스(hydrolaccolith)’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표면이 가라앉는 하이드로라콜리스와 달리, 이 문제는 온도가 올라갈수록 심화될 것입니다.
이렇게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싱크홀이 계속 생기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유엔환경계획 보고서는 영구동토층이 해빙될 경우 대기 중으로 빠져나오게 될 온실가스가 2100년까지 최소 43억 톤에서 최대 135억 톤, 2200년까지 246억 톤에서 415억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될수록 영구동토층에서 온실가스들이 더 많이 생기고 이 온실가스들은 지구온난화를 더 가속시키며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구동토층을 지구의 시한폭탄이라고도 부릅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파괴로 우리는 한 발자국만으로도 지구를 급속히 악화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사소하지만 중요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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